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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 늙으면 이렇게 살고 싶어 없음
관리자 2012-10-12
 
나 늙으면 이렇게 살고 싶어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 이인자 -

나 늙으면 이렇게 살고 싶어
책 한 두권 팔에 안고
잠자리 떼 나르는 코스모스 꽃길을 걸어 볼까
환히 트인 테라스 작은 티 테이블에 앉아
헤이즐넛 커피 마시며 사색도 하고
멀리 있는 친구 그리워 하며 기다려도 볼까
작은 흰 화분에 들국화 심어 가즈런히 창문에 앉혀서 
가을 석양에 외로움도 배우고 
나만의 공간에 앉아
시 몇 편 습작도 하다
내 생을 마감 하는 날 얇은 시집 하나 내서
지인들에게 나눠주고 마침표를 찍고 싶어
인터넷에 들어 가면
남이 써 논 작품에 곱고 예쁜 댓글도 달아 주어야지
멀리 있는 친구에게 메일도 보내며
안부도 주고 받으면 살아 있는 것에 희열을 갖지 않을까
어느 날
친구가 그리운 날엔
핑크 빛 원피스에 하얀 핸드백 들고
낮은 하이힐 화장도 옅게, 그리고
에머랄드 빛 택시를 불러 타고 우아하게 앉아 가는 거야
사랑하는 많은 사람들에게 자주 사랑한다 말하고
지겹도록 함께 살아온 옆지기에게도 
함께 내 인생을 살아줘서 고맙다고 인사도 해야겠지
둘러보면 허허로운 생이었지만 
나 늙으면 이렇게 살고 싶어

---2011년 JTI 新노년문학상 대상작품
[시 부문_대상] 공모주제: 제2의 삶을 살아가는 신노년의 새로운 도전---
 
   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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